[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농협창고의 변신, 무조건 무죄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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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작성일25-06-02 07:02 조회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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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일산역은 무척 다른 풍경의 경계에 있다. 남서쪽 1번 출구로 나가면 아파트로 가득한 ‘1기 신도시’ 일산을 만난다. 같은 역의 출구이건만 북동쪽 2번 출구 앞은 영 딴판이다. 신도시 이전 일산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오래된 길들이 주변으로 굽이치듯 뻗어나간다. 그 길을 따라가면 저 멀리 병풍처럼 선 아파트촌을 배경 삼아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이 아직 살아있다. 2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경의선 철로와 일산초등학교 사이에 들어선 작은 동네를 걸으면 마치 시간이 1970년대에 멈춘 것만 같다. 집들은 새마을운동 당시 보급했을 법한 붉은 시멘트기와를 지붕에 얹은 그 모습 그대로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 적막한 동네의 끝자락에 자리한 노르스름한 건물 한 채. 다소 촌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색채다. 매끈한 벽면이나 잘 정돈된 주차장, 조경을 보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데, 한편의 육중한 녹슨 철문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 장소의 이름은 ‘일산문화예술창작소’. 안으로 들어가면 층고가 2~3층 정도로 높은 전시 공간이 나온다. 지붕을 떠받치는 트러스(삼각형으로 얽어 짠 구조물)가 참 인상적인데,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목조란 점에서 이 건물의 나이를 헤아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건물 정면에 떡하니 붙은 짙푸른 로고 또한 정겹다. ‘ㅎ’과 비슷하게 생긴 유구한 농협 마크. 이 건물은 1971년 건축한 양곡창고로, 일산이 신도시 이전 농촌이었던 과거를 증언하는 장소다.
문화예술창작소가 된 농협창고, 알고 보면 이것은 근래 지방자치단체에 일어난 어떤 유행의 산물이다. ‘주식=쌀’이란 등식을 의심하지 않던 시절엔 마을마다 양곡창고를 하나씩 지었다. 이제는 그 수명을 다한 곳이 많다. 양곡 품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유통 과정이 현대화됐고, 단순 저장시설로서의 창고는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저온 유지 장비를 설치해 여름과 장마에도 견딜 수 있는 창고로 개선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비용이 만만찮다. 일산처럼 아예 농지가 사라지고 도시가 들어선 곳도 많다. 지자체가 저마다 농협창고의 새로운 쓰임새를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2010년대 들어 일기 시작한 도시재생 바람을 타고 너도나도 국비, 시비를 타내 농협창고 개조에 투입했다. 웬만한 지자체라면 다들 ‘도시재생의 거점’이라며 건물 하나씩을 마련할 때였다. 쇠퇴한 중소도시가 과거 전성기에 지어 제법 번듯한 문예회관을 재생 거점으로 점찍었다면, 농촌에선 그런 장소가 바로 농협창고였다. 창고 특유의 공간감 때문인지 문화, 예술을 끌어들여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많았고 요즘도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도시재생이 유행한 지도 어느덧 10여년. 의욕이 넘쳤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실패와 반성의 시간이다. 지역마다 거점을 만든답시고 거액을 들여 건물을 덜렁 사놓긴 했는데, 정작 몇년째 활용법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가 됐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농협창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양시는 2018년 60억원을 들여 일산 농협창고를 사들였다. 17억원을 더 들여 리모델링해 일산문화예술창작소로 준공한 때가 2024년 1월. 매입부터 개관까지 걸린 짧지 않은 시간으로 그간의 우여곡절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양곡창고처럼 넓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까지는 좋았다. 자, 그럼 이제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누가 이곳을 찾아오게 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일산문화예술창작소의 여전히 텅 빈 전시실과 공유오피스는 이런 고민이 부족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농협창고는 여전히 흉년의 창고처럼 썰렁하다.
그런 면에서 조금 달랐던 재생 농협창고는 논산에서 볼 수 있었다. 논산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연산역 앞 연산문화창고. 일산문화예술창작소와 똑같이 ‘복합문화공간’을 내세워 농협창고를 되살린 곳이다. 사업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이곳엔 농협창고가 5개 동이 있는데 현재 각각 카페, 예술학교, 스마트팜, 기획전시실 등으로 운영 중이다. 날이 좋은 5월 중순, 주말에 가보니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이 많았다. 카페 앞 얕은 풀장에선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예술학교에선 발레 수업이 한창이었다. 기획전시실은 이달 초까지 열었던 ‘프리다 칼로展’을 마치고 새 전시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논산 시내에서도 차를 타고 15분 이상 가야 닿는 촌락에 이 많은 사람이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답은 연산역을 지나는 무궁화호다. 하루 예닐곱번 다니는 이 열차를 타고 20㎞ 넘게 떨어진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이곳에 온다. 수도권인 데다 주민도, 교통편도 더 많은 일산이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 같은데, 결과는 어째 정반대다. 지자체의 홍보는 ‘오래된 창고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에서 그치고 마는데, 아무리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에 갈증을 느끼고 레트로나 빈티지를 찾는 시대라고 해도 공간 자체가 성공을 보증하진 않는다. 결국 기획과 운영, 관리가 일산과 연산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이 도시재생 실패 사례를 숱하게 반복하는 것도 이렇게 ‘건축 이후’를 가볍게 봤기 때문이다. 공공이 일산문화예술창작소 같은 시설을 조성하면 보통 공모를 거쳐 3년간 운영할 민간업체를 선정한다. 당연히 관련 분야에 경험이 풍부해야 할 것 같은데, 지자체에서 이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명분은 이력과 실력이 아니라 연고일 때가 많다. 지역의 사업이므로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잘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백종원만 한 이름값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성공 경험이 풍부한 업체를 외지에서 유치하려고 해도 당장 형평성 시비가 걸린다.
일산문화예술창작소도 원래 ‘1유로 프로젝트’ 운영사에 3년간 위탁하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송정동 코끼리빌라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다세대주택으로 만든 그 1유로 프로젝트다. 이름난 브랜드를 모집해 꾸린 ‘동네 백화점’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 브랜드들이 지역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한 경험을 이곳에도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양시의 의욕은 좌절됐고, 그 결과는 지금 보이는 대로다. 그런데도 시의회에선 여전히 ‘고양시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고양시 사람들인데 웬 서울 업체를 불러들였느냐’며 호통을 친다. 지역재생 활동으로 30대를 꼬박 보낸 기획자가 이런 세태에 질려 “지방이 소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라고 토로할 정도다.
어차피 현실에선 이미 지역적 경계를 초월한 농협창고가 적지 않다. 바로 ‘농협창고 카페’다. 민간 사업자가 농협으로부터 창고를 임차 혹은 매입해 카페로 바꾼 예도 있고, 농협이 아예 사업자로 나선 경우도 있다. 이런 카페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외지인들이 찍은 무수한 사진으로 소비된다. 휑한 일산문화예술창작소 같은 곳과 비교하면 얼핏 이게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카페 중 상당수는 연노란색 외관, 훤히 드러난 목조 트러스, 빈티지한 녹슨 철문뿐만 아니라 높은 층고를 이용해 한쪽에 끼워 넣은 복층까지 대개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농협창고 카페만 시공하러 전국을 다니는 업자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쯤 되면 지역 공동체 차원에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양곡창고는 마을 주민 모두의 자산이었는데, 카페가 된 농협창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역성을 까맣게 잊은 농협창고 카페가 최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생각해보면 지자체가 농협창고에 주목하는 건 손댈 수 있는 자산이 그것뿐인 측면도 있지만, 물자가 수월하게 드나들어야 하는 양곡창고 특성상 목이 좋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되도록 철길이나 물길이 가까운 곳에 창고를 지어야 했기에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농협창고는 마을 고유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외부에 열린 시설이었다. 연산역 앞 연산문화창고는 이 점을 잘 계승하고 있다.
전국에 쓸모를 다한 농협창고는 어림잡아 1000여개. 경계를 허물면서도 지역성을 보존하는 농협창고를 또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까.
그 적막한 동네의 끝자락에 자리한 노르스름한 건물 한 채. 다소 촌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정겨움을 느끼게 하는 색채다. 매끈한 벽면이나 잘 정돈된 주차장, 조경을 보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데, 한편의 육중한 녹슨 철문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 장소의 이름은 ‘일산문화예술창작소’. 안으로 들어가면 층고가 2~3층 정도로 높은 전시 공간이 나온다. 지붕을 떠받치는 트러스(삼각형으로 얽어 짠 구조물)가 참 인상적인데,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목조란 점에서 이 건물의 나이를 헤아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건물 정면에 떡하니 붙은 짙푸른 로고 또한 정겹다. ‘ㅎ’과 비슷하게 생긴 유구한 농협 마크. 이 건물은 1971년 건축한 양곡창고로, 일산이 신도시 이전 농촌이었던 과거를 증언하는 장소다.
문화예술창작소가 된 농협창고, 알고 보면 이것은 근래 지방자치단체에 일어난 어떤 유행의 산물이다. ‘주식=쌀’이란 등식을 의심하지 않던 시절엔 마을마다 양곡창고를 하나씩 지었다. 이제는 그 수명을 다한 곳이 많다. 양곡 품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유통 과정이 현대화됐고, 단순 저장시설로서의 창고는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저온 유지 장비를 설치해 여름과 장마에도 견딜 수 있는 창고로 개선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비용이 만만찮다. 일산처럼 아예 농지가 사라지고 도시가 들어선 곳도 많다. 지자체가 저마다 농협창고의 새로운 쓰임새를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2010년대 들어 일기 시작한 도시재생 바람을 타고 너도나도 국비, 시비를 타내 농협창고 개조에 투입했다. 웬만한 지자체라면 다들 ‘도시재생의 거점’이라며 건물 하나씩을 마련할 때였다. 쇠퇴한 중소도시가 과거 전성기에 지어 제법 번듯한 문예회관을 재생 거점으로 점찍었다면, 농촌에선 그런 장소가 바로 농협창고였다. 창고 특유의 공간감 때문인지 문화, 예술을 끌어들여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많았고 요즘도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도시재생이 유행한 지도 어느덧 10여년. 의욕이 넘쳤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실패와 반성의 시간이다. 지역마다 거점을 만든답시고 거액을 들여 건물을 덜렁 사놓긴 했는데, 정작 몇년째 활용법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가 됐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농협창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양시는 2018년 60억원을 들여 일산 농협창고를 사들였다. 17억원을 더 들여 리모델링해 일산문화예술창작소로 준공한 때가 2024년 1월. 매입부터 개관까지 걸린 짧지 않은 시간으로 그간의 우여곡절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양곡창고처럼 넓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까지는 좋았다. 자, 그럼 이제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누가 이곳을 찾아오게 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일산문화예술창작소의 여전히 텅 빈 전시실과 공유오피스는 이런 고민이 부족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농협창고는 여전히 흉년의 창고처럼 썰렁하다.
그런 면에서 조금 달랐던 재생 농협창고는 논산에서 볼 수 있었다. 논산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연산역 앞 연산문화창고. 일산문화예술창작소와 똑같이 ‘복합문화공간’을 내세워 농협창고를 되살린 곳이다. 사업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이곳엔 농협창고가 5개 동이 있는데 현재 각각 카페, 예술학교, 스마트팜, 기획전시실 등으로 운영 중이다. 날이 좋은 5월 중순, 주말에 가보니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이 많았다. 카페 앞 얕은 풀장에선 아이들이 물장구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예술학교에선 발레 수업이 한창이었다. 기획전시실은 이달 초까지 열었던 ‘프리다 칼로展’을 마치고 새 전시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논산 시내에서도 차를 타고 15분 이상 가야 닿는 촌락에 이 많은 사람이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답은 연산역을 지나는 무궁화호다. 하루 예닐곱번 다니는 이 열차를 타고 20㎞ 넘게 떨어진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이곳에 온다. 수도권인 데다 주민도, 교통편도 더 많은 일산이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 같은데, 결과는 어째 정반대다. 지자체의 홍보는 ‘오래된 창고가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에서 그치고 마는데, 아무리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에 갈증을 느끼고 레트로나 빈티지를 찾는 시대라고 해도 공간 자체가 성공을 보증하진 않는다. 결국 기획과 운영, 관리가 일산과 연산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이 도시재생 실패 사례를 숱하게 반복하는 것도 이렇게 ‘건축 이후’를 가볍게 봤기 때문이다. 공공이 일산문화예술창작소 같은 시설을 조성하면 보통 공모를 거쳐 3년간 운영할 민간업체를 선정한다. 당연히 관련 분야에 경험이 풍부해야 할 것 같은데, 지자체에서 이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 명분은 이력과 실력이 아니라 연고일 때가 많다. 지역의 사업이므로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잘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백종원만 한 이름값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성공 경험이 풍부한 업체를 외지에서 유치하려고 해도 당장 형평성 시비가 걸린다.
일산문화예술창작소도 원래 ‘1유로 프로젝트’ 운영사에 3년간 위탁하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송정동 코끼리빌라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다세대주택으로 만든 그 1유로 프로젝트다. 이름난 브랜드를 모집해 꾸린 ‘동네 백화점’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 브랜드들이 지역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한 경험을 이곳에도 적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양시의 의욕은 좌절됐고, 그 결과는 지금 보이는 대로다. 그런데도 시의회에선 여전히 ‘고양시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고양시 사람들인데 웬 서울 업체를 불러들였느냐’며 호통을 친다. 지역재생 활동으로 30대를 꼬박 보낸 기획자가 이런 세태에 질려 “지방이 소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라고 토로할 정도다.
어차피 현실에선 이미 지역적 경계를 초월한 농협창고가 적지 않다. 바로 ‘농협창고 카페’다. 민간 사업자가 농협으로부터 창고를 임차 혹은 매입해 카페로 바꾼 예도 있고, 농협이 아예 사업자로 나선 경우도 있다. 이런 카페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외지인들이 찍은 무수한 사진으로 소비된다. 휑한 일산문화예술창작소 같은 곳과 비교하면 얼핏 이게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카페 중 상당수는 연노란색 외관, 훤히 드러난 목조 트러스, 빈티지한 녹슨 철문뿐만 아니라 높은 층고를 이용해 한쪽에 끼워 넣은 복층까지 대개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농협창고 카페만 시공하러 전국을 다니는 업자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쯤 되면 지역 공동체 차원에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양곡창고는 마을 주민 모두의 자산이었는데, 카페가 된 농협창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역성을 까맣게 잊은 농협창고 카페가 최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생각해보면 지자체가 농협창고에 주목하는 건 손댈 수 있는 자산이 그것뿐인 측면도 있지만, 물자가 수월하게 드나들어야 하는 양곡창고 특성상 목이 좋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되도록 철길이나 물길이 가까운 곳에 창고를 지어야 했기에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농협창고는 마을 고유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외부에 열린 시설이었다. 연산역 앞 연산문화창고는 이 점을 잘 계승하고 있다.
전국에 쓸모를 다한 농협창고는 어림잡아 1000여개. 경계를 허물면서도 지역성을 보존하는 농협창고를 또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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